디아블로® III

공포

죽은 여동생은 해 질 무렵 나타났다. 늘 그랬듯, 해 질 무렵에.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그림자가 길어져 밤으로 치닫던 그때, 그가 산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던 그때. 저녁 산들바람이 속삭이던 소리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끌려오는 여동생의 발걸음에 짓밟혀 바스라졌다. 싸늘하게 식은 하얀 동생의 발... 찢어지고 해진 근육과 부서진 뼈를 보면 얼음 산을 넘어 가늠할 수 없이 먼 길을 지나 여기까지 찾아온 그 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케르가 아무리 멀리 이동해도, 수없이 많은 강을 건너고 절벽을 기어올라도, 그녀는 해질 무렵 어김없이 나타났다.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거구의 남자는 서둘러 불을 피웠다. 샤발 벌판의 숲속으로 점차 깊숙이 들어서면서, 땔감을 구하기는 더 쉬워졌다. 몇 주간 마른 고기만 먹어온 터라 케르는 따뜻한 음식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래려 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다. 절뚝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늘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얼음처럼 차가운 축축한 공포가 그의 피부에서 파문을 일으키며 서서히 번져가는 기분이었다. 발소리는 불빛이 비추는 경계에 다다르기 직전 멈춰 섰다.

케르는 올려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동생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불이 탁탁 타오르기까지 기다린 후, 몸을 일으키며 차가운 어스름이 내린 하늘을 향해 긴 숨을 내쉬었다.

"말 해, 파엔. 말하고 가.”

그녀는 발을 질질 끌며 불빛을 향해 한 걸음,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케르는 불꽃을 응시하며 가슴에 아문 상처를 손으로 가만히 느꼈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동생은 맞은 편에 보일 터였다. 불 속에서 통나무가 쓰러지면서, 불씨가 위로 피어 올랐다. 케르는 환하게 빛나는 불꽃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눈을 들어 한때 자신의 여동생이었던 존재를 바라봤다. 그 정도는 해줘야 했다.

얼어붙었던 창백한 살결이 열기에 서서히 녹아 내리고, 달콤하고도 역겨운 부패의 냄새가 대기를 채웠다. 벌써 몇 주째 오빠를 쫓아온 탓에 파엔의 회색빛 육신은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고, 케르도 이제는 그녀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여동생의 눈은 마치 검은 구렁 같았다. 기억 속에 짙고 청명했던 그 눈이 깊은 어둠 속에 빠진 듯했다. 아름답던 금빛 머리카락도 이제 두개골 한 쪽에 헝클어져 잿빛으로 눌러 붙어 있을 뿐이었고, 축축하게 젖은 그 머리채의 무게에 얼마 남지 않은 피부가 늘어졌다. 그가 지켜보는 동안 동생의 썩어버린 노란색 살점이 떨어져 머리카락과 함께 철푸덕 바닥을 때렸다. 가느다란 수족은 바람에 후들거렸고, 축축한 거죽 위로 뼈마디가 튀어나왔다. 케르는 파엔이 지금도 감각을 느낄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뼈가 앙상한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케르. 케르 오드윌.”

저렇게 망가진 입으로 어떻게 말을 할 수 있을까? 턱뼈가 부서지고 혀가 검은색으로 퉁퉁 부어올라 찢어진 뺨을 비집고 나왔는데, 어떻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분명 아리앗 산의 부서진 바위 아래 깔렸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여기 서 있을 수 있을까? 케르는 자신이 돌아오지 말아야 했음을 알았다. 이 부서진 땅에서 속죄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는 부족민들이 잠든 협곡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고, 그저 날카롭게 무너져 내린 낯선 벼랑 사이를 목적지 없이 방황해야 했다. 수사슴 부족의 계곡은 한때 푸르르고 따스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파엔은 그를 찾아냈다. 케르를 찾아내고, 도망치는 그를 지금껏 쫓아왔다.

"케르 오드윌. 배신자. 배신자!”

나그네

야만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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