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넷 월드 챔피언십 - 첫째 날 정리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 - 첫째 날 정리

상해의 총알 택시를 타면 따뜻한 커피 한 잔 보다 잠이 더 빨리 깹니다. 아니 10잔 정도라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하겠네요. 탑승한 택시는 총알같이 상해 도심의 길을 가르며 달립니다. 도로의 중앙 분리선을 좌우로 넘나들며 자동차와 행인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지나갑니다. 5초가 길다고 경적을 쉬지 않고 울리는데, 때로는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때로는 이해 못할 순간에 울리며 달립니다. 택시 기사님의 숨막히는 질주 본능에 목숨을 맡기고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고 세상만사 머릿속을 비워 제발 무사하기만을 빌며 다음 몇 초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아니기만을 바라는 이 조마조마함이 이번 이틀간 무대 위에서 스타크래프트 II 선수들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선수들이 끊임없이 느꼈던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단 한번의 잘못된 마우스 클릭, 단 한번의 잘못된 대응, 단 일초의 망설임이 모든 것을 수포로 되돌릴 테니까요. 2012년 Battle.net 월드 챔피언십의 막이 올랐습니다. 기사님의 총알 택시에서 무사히 내릴 수만 있다면 이틀 후 두 게임의 세계 챔피언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겠죠.

 

상해 엑스포 마트의 문이 개방되기 전입니다. 평범한 사각형의 건물이었지만 안 쪽은 이틀간 있을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멋지게 꾸몄습니다. 지난 수 개월 동안 장엄한 전투가 벌어질 장소를 준비한 직원들은 주말 동안 있을 행사를 위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개최된 6번의 블리즈컨에 모두 참여했고, 프랑스의 파리에서 개최한 월드 와이드 인비테이셔널도 참여했기 때문에 이번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 이벤트는 앞의 행사들과 유사한 형식의 글로벌 e스포츠 행사지만 뭔가 특별한 것이 잠재되어 있는 특별한 행사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엄청난 숫자의 열정적인 관객들이 예상되는 상해에서 함께하는 스타크래프트 II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글로벌 파이널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투기장까지, (물론 엄청난 상금도 있습니다.) 현장에서나 집에서나 이번 이벤트는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틀간 펼쳐진 수많은 스타크래프트 II 경기에 전혀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고 하면 조금 심한 과장이겠죠? (E조는 정말 사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참가한 이유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고, 수많은 투기장 경기들이 쉴 틈 없이 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스타크래프트 II 경기로부터 눈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나중에 VOD로 하나씩 시청해봐야겠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투기장 이벤트는 각 지역에서 온 10개의 투기장 팀이 3전 2선승 제의 리그전을 펼쳐 최종 4팀을 선발합니다. 이후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의 5전 3선승제로 결승에 올라갈 팀을 가리며 패배한 두 팀은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결승전은 18일 저녁 늦은 시간에 진행될 예정이며 단 하나의 우승팀만이 201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투기장 세계 챔피언이라는 영예와 미화 105,000 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죠.

 

 

행사장이 가득 찼습니다. 마이크 모하임이 무대 위에서 2012년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을 개시합니다. 그 순간 블리즈컨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낯익은 전율과 소름이 돋습니다. 투기장 팀이 하나씩 소개되고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스타크래프트 II 선수들과 각 선수의 출신국에 해당하는 국기가 입장합니다. 코 앞에 줄을 이어 지나가는 북미 선수와 팀들을 열렬히 응원하던 중 갑자기 조금 민망한 느낌이 들었는데, 행사장에 들어온 팬들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국인들이 중국인 선수가 등장하자 훨씬 더 큰 함성으로 열광합니다. 이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공격대가 더 빨리 던전을 돌파할 수 있는지를 가릴 수 있는 3가지 공격대 던전 도전 모드를 중국의 슈퍼길드이자 공격대 팀인 Stars 와 Supreme Quicksand가 보여주는 무대가 있어서 첫 투기장 경기는 무대 위에서 펼치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부스로 인솔되어 블리자드와 관련된 매우 다양한 질의응답을 (통역하시는 분을 통해서) 하고 나와서 투기장 경기도, 던전 도전 이벤트도 마음 놓고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명확이 모르겠지만, 여기 중국에서는 저를 엉클 B라고 부르네요. 특히 놀라웠던 것은, 제 고향인 미국에서 접하게 되는 질문과 거의 똑 같은 질문을 여기 중국인 팬들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질의응답을 잘 마무리하고 시끌 벅적하게 작업중인 직원들로 가득 찬 무대 뒤로 돌아갑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투기장 이벤트는 행사 초반에 문제가 일부 발생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몰려든 직원들로 잠시 붐볐습니다. 오후에 들어서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어 본격적인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행사장 내에서는 중국어가 주 언어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되는 캐스팅을 듣지 못해 진행 상황을 따라가느라 애먹었지만, Evil Genius 팀이 달성한 완벽에 가까운 승리는 정말이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Evil Genius 팀은 초반 I’m Just Being Honest 팀의 마법흡수 토템을 난무하는 두 명의 독일인 주술사 플레이에 적응하자 금방 2-0 승리를 이끌어냈습니다. 그 불도저 같은 기세를 그대로 이어서 다른 경기도 가볍게 승리하였습니다.
첫째 날, Evil Genius팀은 단 한 경기만 패하고 완벽에 가까운 경기 점수를 자랑했습니다. 이틀째로 접어들며 Evil Genius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가까운 점수차로 캐나다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북미 팀 Bring It과 유럽의 팀들 I’m Just Being Honest과 Yaspresents가 매우 높은 승률로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중국 팀과 대만 팀은 첫날 참패를 맛보았고, 한국의 Delirium Termans 팀은 수번의 패배를 겪은 이후 토너먼트로부터 기권하여 탈락되었습니다. 한국의 LG-IM 팀은 안정적인 2위를 달리는 중이지만 다른 팀들과의 편차는 추후 경기를 통해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는 간격입니다. 순위가 어떻게 되든지 첫째 날 경기 결과로 낙심한 중국인 팬들이 새로운 외국 팀의 팬이 되어 관중석에 함께 앉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의 첫 날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이 드는 상해는 아직 초저녁입니다. 오늘의 승자는 과한 자축을 지혜롭게 절제해야 하는 밤이 되고, 패자는 아마 기억이 흐릿한 긴 밤이 될 것입니다. 필자와 같이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그 중간 어딘가에 해당하겠죠. 과연 어떤 팀이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할까요? Evil Genius 팀을 막을 상대가 있을지, LG-IM 팀에서 현재 확보한 2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혹은 지역 예선에서와 같이 동일국가 출신끼리 겨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기대 됩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첫째 날 경기를 다시 감상해보시고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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