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잠깐뿐인 평화일지도 모르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우리 고향에서, 정말 또 하나의 갈등이 필요하겠소?” 이 말만 남기고 바인은 썬더 블러프를 향해 떠났다.
어느 늦은 밤, 마지막 공격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체 야영지의 몇몇 타우렌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다. 가시멧돼지의 공격 빈도는 증가했고, 다른 종족에게 물을 대느라 타우렌의 땅에서는 물이 점점 말라가는 것만 같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타우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땅은 이렇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바인은 지금까지 그 허풍선이 가로쉬의 말이라면 아무리 사소해도 모두 들어주고 있지 않더냐.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바인이 우리 모두를 오크에게 넘겨주는 꼴을 멍하니 보고만 있어야 하겠느냐?”
다른 젊은 타우렌이 덧붙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우리뿐일 리는 없습니다. 누구 다른 부족 타우렌과 이야기해 보신 분 안 계십니까?”
처음 말을 시작했던 나이 많은 타우렌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했었다. 하지만 스틸레이지와 스톤후프 부족이 얼마나 고집 센지는 너도 잘 알지 않느냐. 그들은 바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그의 행동이 멀고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더구나.”
바인은 그의 아버지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도 모두 타우렌을 위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타우렌 전체의 번성만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사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다. 우리 파원더러 부족은 한 곳에 머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계속 움직이면 어떨까? 몇 년 전, 모두가 함께 이동하던 때를 기억하나? 이제 우리 집이라고 부를 땅이 생겼지만, 이건 모두 우리의 자유를 희생해서 얻은 것이지.” 그 타우렌은 한숨을 쉬고는 다른 이들을 향해 손짓했다.”기억나겠지, 매달 다른 하늘을 올려다보던 일이? 지금까지 언제나 자유로웠는데, 왜 지금 이렇게 하나의 땅에 묶여야 하는가?”
“그러면 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나이 든 타우렌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모닥불을 뒤적였다. “완벽한 계획이라고는 하지 않았었네...”
바인은 먼길잡이 정찰병들에게 가시멧돼지의 움직임과 최근의 지나치리만큼 폭력적인 공격을 주시하라고 명했다. 가시멧돼지는 언제나 공격적인 생물이었지만, 놈들의 적개심은 커져만 가고 있었다. 정찰병 다수로 물샐 틈 없는 감시망을 구축해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거기에서는 어떤 답도 얻을 수 없었다. 하뮬과 이야기를 나눈 지 시간이 꽤 흘렀음을 깨닫고, 그는 대드루이드라면 뭔가 단서를 찾아냈기를 바랐다.
바인은 썬더 블러프의 밑자락에서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는 하뮬을 찾아냈다. 소중한 조언자인 하뮬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생각에, 바인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조언을 구합니다, 하뮬 님.”
하뮬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래, 젊은 바인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다.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최근에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 가시멧돼지들에 대해 정찰병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 부하들은 모두 당황하고만 있어서 어떤 답도 찾아내지 못하더군요. 최근 들어 대지모신과 더 자주 교감하고 계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알 수 없는 문제에 광명을 비춰줄 답을 얻으셨습니까?”
하뮬은 풀을 한 줌 뜯어내어 냄새를 맡은 후, 바람에 실려 보냈다. 풀이 땅에 내려앉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아직 얻지 못했네. 대지와 교감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야, 바인. 요즘처럼 혼란을 겪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고. 명상을 계속하도록 하겠다. 주술사 한두 명과 대화해 보는 것도 좋겠어...”
하뮬이 중얼거리면서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바인은 마치 먹구름이라도 낀 듯 먹먹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생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갈등이 너무 많았고, 이번 문제를 해결할 평화적인 방안을 찾아내면, 마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듯이 개운한 기분이 될 것만 같았다.
승강기로 돌아가며, 바인은 짐꾸러미와 보급품을 든 타우렌 무리를 만났다. “파원더러 여러분! 여행을 준비하십니까?”
그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고, 무리의 지도자가 말했다. “심히 죄송합니다, 대부족장님. 하지만 저희는 멀고어에 더는 머물 수가 없습니다.”
바인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좋은 기분은 사라진 후였다. “머물러 줄 것을 부탁하고 싶소, 그레이후프. 지금이 어려운 시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때요.”
나이 든 타우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예전의 방식을 기억하십니까? 아직 전쟁의 기운이 서리지 않은 땅이 남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길을 떠난다면, 우리 삶은 평화롭고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옛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소. 유목민은 훨씬 더 넓은 세상에 속한 이들이지만, 이제 전쟁과 여러 세력의 확장 때문에, 그 넓던 세상도 이렇게 작아졌소. 한 곳에 머물면 우리는 고향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지만, 하나로 뭉쳐야만 우리의 고향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소.”
그레이후프는 불편한 듯 몸을 움직였다. “아쉽지만 멀고어는 다른 많은 대지와 마찬가지로 이제 가로쉬의 명령을 따르는 그의 영토에 불과합니다. 우린 단지 그 오크의 오만함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을 뿐입니다. 아버님께서 승하하신 후, 지도자의 책무를 맡아주신 점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만, 우리는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