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

바인 블러드후프:아버지의 약속

스티비 닉스

하뮬은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은 실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젊은 바인. 넌 네 아버지만큼 잘하고 있어. 난 네가 보여준 지혜와 이 문제를 옳게 해결하는 데 보여준 열정을 네 아버지도 인정할 거라고 확신한단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떠나버리라고, 자기 갈 길을 가라고 해 버리렴.”

바인은 살짝 미소 지었다. “불과 얼마 전에 그들과 같은 의견을 보이셨던 기억이 납니다만.”

하뮬은 굳어지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좌절한 상태에서 내가 너무 성급하게 이야기했지.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마. 우린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네가 지도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 * * *

바로 그 순간, 가로쉬는 칼날가시 협곡 공습을 위해 코르크론 부대를 준비시키고 있었다. 열다섯 명의 정예 병사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두 눈에는 다가오는 전투에 대한 악의적인 기대감이 반짝였다.

“타우렌 녀석들은 말로는 코도 꽁무니라도 떼어 놓을 정도지만, 정작 영토가 침략당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가로쉬는 소리쳤다. “우린 진정한 전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우리 목표는 멀고어 남부의 가시멧돼지 소굴이다. 동트기 직전에 공격을 시작한다. 단단히 채비하도록.”

전사들은 경례를 붙이고 전투 준비를 하러 달려갔다. 가로쉬는 왕좌로 돌아가 자신의 도끼, 피의 울음소리를 품에 내려놓았다. 그는 전사들을 이끌고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아버지의 도끼는 다시 한 번 전투의 영광을 노래할 것이다. 가로쉬는 이를 드러내며 날카롭게 웃었다.

* * * * *

정예병으로 구성된 코르크론은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기습 공격이라는 이점도 있었다. 눈에 띄지 않게 검은색으로 칠한 비행선이 동트기 전의 하늘을 조용히 미끄러져 가시멧돼지 거주지 인근에 멈췄다. 가로쉬를 선두로, 전사들은 밧줄을 타고 가시멧돼지 정찰병들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검의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가자 열 마리 가시멧돼지가 쓰러졌다. 오직 한 마리의 입에서 작은 끼익 소리가 새어나갔고, 굴 입구에 서 있던 경비병들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가왔다. 또 한 차례 도끼와 검의 폭풍이 지나가자 이들도 앞선 가시멧돼지와 같은 운명이 되었다. 비행선이 안전한 거리 밖으로 이동하자, 코르크론은 동굴을 따라 내려갔다. 저항하는 가시멧돼지는 순식간에, 그리고 효율적으로 제거되었다.

전투는 짧지만 강렬했다. 가시멧돼지는 가로쉬 조차도 놀라게 할 정도로 흉포하게 자신의 영토를 지켰다. 비좁은 동굴 안에서의 전투에 익숙한 그들은 필요하다면 엄니까지 무기로 사용했고, 목숨을 아끼지 않는 광기로 공격을 계속했다. 고향을 지키다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가로쉬는 자신 앞의 가시멧돼지가 하나 둘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오늘 이 녀석들에게 공포가 뭔지 가르쳐 주리라.

몇 분 후, 코르크론 부대는 가시멧돼지 소굴의 중앙 방에 도착했다. 승리자의 모습으로 피의 울음소리를 손에 든 가로쉬가 공격 태세를 갖추고 선두에 서 있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에는 적의 시체가 널려 있고, 전사들의 거친 숨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주변을 돌아보며 무수히 많은 동굴 중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표식이 없나 찾았다. 몇 분 후, 뒤쪽에서 기척이 들려왔다. 그들은 잔당 몇 마리가 나타났으리라 예상하며 천천히 돌아섰다.

잔당 몇 마리가 아니었다. 뒤쪽 동굴은 야수들로 가득 차 터져나갈 듯했다. 새로 도착한 가시멧돼지들은 잠시 멈춰 서서 수십 마리 형제가 바닥에 쓰러진 모습을 바라봤다. 가로쉬는 그들을 향해 고함쳤다. “오늘, 너희는 모두 죗값을 치를 것이다. 바로 오늘, 너희는 호드의 분노를 목격할 것이다!”

가로쉬의 신호와 함께, 코르크론은 모여든 야수들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며 돌진했다. 가시멧돼지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내지르는 비명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가시멧돼지들은 아직 공격하려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도끼가 사냥감을 쫓았지만, 단 한 마리의 야수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뭐냐?!” 가로쉬가 소리쳤다. “이렇게 쉽게 항복한 것이냐?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다. 모두 그 자리에서 베어버리겠다!”

무리를 이룬 가시멧돼지들이 모두 하나가 된 듯 무기를 들어 올리고 크게 울부짖었다. 코르크론 뒤쪽의 동굴에서도 폭발하듯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고, 서둘러 뒤돌아선 오크들의 눈에 또 야수 수백 마리가 밀물처럼 바닥의 굴과 천정의 구멍에서 빠른 속도로 밀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좌측을 친다! 돌격!” 가로쉬가 소리쳤다. “놈들이 우릴 포위하게 내버려 두지 마라!” 전사들은 가시멧돼지에게 달려들었다. 출구를 등진 채였다. 피의 울음소리는 흐릿하게 보일 만큼 날쌔게 움직였고, 적의 선봉을 공격했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선봉이 모두 쓰러졌지만, 이들을 타고 넘어 더 많은 야수가 몰려왔다.

“앞으로!” 명령과 함께 오크 전사들은 귀가 먹을 듯한 끼익 소리와 고함에 맞서 전진했고, 가시멧돼지들도 망설임 없이 다가왔다. 가시멧돼지 주술사가 전사들의 한가운데 주문을 시전하자, 여러 색으로 번쩍이는 빛이 일그러진 그들의 얼굴을 밝혔다. 두 무리가 충돌할 때마다 우레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와 동굴 전체를 울렸다. 불빛이 번쩍일 때마다 오크 전사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가로쉬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전사들이 쓰러지면서, 그들이 들고 있던 횃불도 바닥에 떨어졌고, 가시멧돼지들은 재빨리 불을 껐다. 활기를 되찾은 가로쉬는 마주 고함을 지르며 더욱 사납게 싸웠다. 그는 헬스크림이었다. 헬스크림은 이렇게 보잘 것없는 짐승들에게 지지 않는다. 전사들을 이끌고 살아남을 것이다.

가로쉬는 피의 울음소리를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대기는 도끼의 움직임을 따라 황천의 노래로 가득 찼다. 울부짖음은 동굴을 따라 퍼졌고, 더 많은 야수의 끼익 거리는 울음소리가 거기 답하듯 들려왔다. 가시멧돼지는 사방에서 달려들었고, 계속 전진하는 가로쉬의 도끼에 절단되었다. 하지만 가시멧돼지의 수는 끝이 없었다. 두려워하는 기색도, 물러서는 자도 없었다. 가로쉬는 지표의 빛이 닿을 수 없는 동굴 깊은 곳까지 밀려났다. 그는 이제 혼자였다. 어둠이 밀려들고, 불쾌한 비명을 내지르는 가시멧돼지의 끝없는 홍수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시멧돼지는 그의 방어구를 뜯어냈다. 그렇게 드러난 피부를 할퀴고 깨물며 그를 점점 더 동굴 깊은 곳으로 몰아붙였다.

놈들이 밀어내는 방향으로, 동굴 아래쪽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적의 뜨거운 입김과 기쁨의 고함이 가로쉬에게 닿았다. 그는 돌아서 지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더듬어 찾았지만, 그가 찾아낸 짧은 측면 통로는 막다른 길이었다. 결국, 가로쉬는 동굴 벽을 등져야 했고 피의 울음소리는 옆 벽에 박혀 빠지지 않았다.

거친 포효와 함께, 가로쉬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털복숭이와 그들의 검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는 적 한 마리에게서 창을 빼앗아 다른 녀석의 머리에 꽂았다. 그 야수가 들고 있던 횃불, 동굴에 마지막 빛을 던져 주던 횃불이 바닥에 떨어져 꺼져버렸다. 어둠이 전부를 뒤덮었다. 적은 계속 몰려왔고, 가로쉬는 어둠 속에 홀로 남겨졌지만 적이 모두 시체가 되기 전까지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의 팔이 아파져 왔고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손에 닿는 모든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야수 한 마리가 쓰러질 때마다 다른 한 마리가 합류했다.

서서히 가로쉬도 전투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그에게 적중하는 가시멧돼지의 공격도 점점 늘어났다. 어둠 속에 퍼지는 희미한 빛이 보였지만, 그는 눈앞의 싸움 때문에 한눈을 팔 수 없었다. 빛이 밝아지자 많은 적이 공격을 멈췄고, 주 동굴에서 희미한 소동이 들려왔다. 갑자기 불가능할 만큼 밝은 빛의 기둥이 터져 나왔다. 빛의 근원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로쉬 주변의 가시멧돼지는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자신들이 나타났던 곳으로 달려 돌아갔다. 눈이 부셔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로쉬는 이 야수들이 마치 종이 인형처럼 좌우로 내던져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빛은 더 밝아졌고, 가로쉬가 최후의 항전을 벌이고 있던 굽이로 다가왔다. 굽이 너머로 하뮬 룬토템과 나란히 선 바인, 그리고 소수의 태양길잡이들이 보였다. 바인은 동굴 아래쪽을 향해 소리쳤다. “조금만 버티시오, 형제들이여!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소!” 공포파괴자가 그의 손에서 밝게 빛났다. 태양길잡이들이 내뿜는 환한 빛보다 더 밝았다. 바인은 과연 안두인 린이 자신의 선물이 이런 식으로 쓰이게 허락할지 의아해 했지만, 그 드워프의 철퇴 앞에 야수들은 하나 둘 쓰러졌고, 결국 가시멧돼지들은 일제히 동굴 속 어둠을 향해 물러났다.

바인은 대족장의 곁으로 달려왔다. “가로쉬, 어서 무기를 들고 나갑시다. 저들이 우릴 포위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하오.” 그는 가로쉬를 일으켜 세우고 벽에 박힌 그의 무기를 빼주었다. “서두르시오.”

그들은 재빨리 땅 위로 올라왔다. 바닥에 흩어진 시체들을 제외하면, 나오는 길을 막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바인은 자신의 운을 믿고 있었다. 비교적 큰 동굴을 통과하면서, 그들은 가시멧돼지를 완전히 따돌렸기를 바랐다. 반대쪽에 도착하자 하뮬이 잠시 멈추라고 말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중얼거리며, 밖으로 통하는 올바른 길로 그들을 이끌어 줄 지혜를 구했다. 그가 일어서면서 밖으로 통하는 길 쪽으로 움직이는 순간, 동굴 벽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뒤로 돌아 다시 다가온 공습을 마주했지만, 공격자의 모습을 보고는 우뚝 서고 말았다.

가로쉬가 소음 때문에 소리를 높여 물었다. “저게 대체 뭐지?!”

바인은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나도 알았으면 좋겠소, 대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