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

흐르는 모래의 전쟁

믹키 닐슨

한낮의 태양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실리더스 모래 위에 작렬하면서 스카라베 성벽 외곽에 운집한 무리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태양은 자기 궤도를 따라 계속 지는 중이었지만, 그 아래에 모인 무리에게는 어마어마한 수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멈춰선 채로 화염을 토해낼 태세처럼 보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대열 속에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나이트 엘프 하나가 서 있었다. 그 나이트 엘프를 바라보는 동료의 눈빛에는 감탄을 넘어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종족을 대표하여 아제로스 각지에서 모여든 다른 이들은 편견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트롤이나 타우렌 같은 종족과 나이트 엘프는 수세기 동안 피를 부르는 대립을 해왔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출신 종족이 어디든 간에 그날 전투에 참가했던 모든 이들은 아군이든 적군이든 한결같이 그 나이트 엘프에게 존경심을 품었다. 쉬로마는 작렬하는 태양과 같이 별다른 표정 없이 단호한 태도로 한 치도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지난 몇 개월간 쉬로마는 이러한 기질 덕에 임무는 끝이 보이지 않고 곁에 있던 동료는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등 모든 것이 끝난 듯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힘을 얻었다.

그것은 기나긴 여정이었다. 감시자와 시간의 동굴, 청동용과 용기대장, 꿈틀거리는 곤충 소굴, 홀의 파편과 파편을 지키는 자들, 그리고 고대 용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쉽게 저버리지 않았다. 이들은 권력과 지혜, 심지어 무자비한 힘까지 동원하여 임무를 완수하고자 고군분투했다.

이 모든 노력은 단 하나의 물건을 얻고자 함이었다. 천 년의 세월 끝에 마침내 재결합되어 바로 지금 쉬로마의 손에 있는, 흐르는 모래의 홀을 말이다.

결국, 모든 행로의 끝은 실리더스의 스카라베 성벽의 문 앞으로 이어졌다. 오래전 홀이 산산이 조각났던 바로 이곳으로 말이다.

쉬로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용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던 때를 떠올렸다. 끝없이 밀려 들어오는 퀴라지와 실리시드가 나이트 엘프 군단을 덮쳐 한 가닥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끔찍했던 몇 개월 동안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쉬로마는 살아남아 그 예전 ‘흐르는 모래의 전쟁’에서 나이트 엘프의 목숨을 구했던 신성한 장벽 앞에 섰다…

흐르는 모래의 전쟁